21년 말에 개업하였으니, 이제 만 3년차가 되어갑니다. 너무 간만에 티스토리에 글을 쓰려고 하니, 조금은 어색하지만 나중에 개업 10년차, 개업 20년차가 되었을 때에도 웃으면서 이 글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조심스레 기록해봅니다.
개업 노무사는 결국 수입으로 보상받아야 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면 회사에서 알게 모르게 지급되는 것이 참 많습니다. 명절 선물, 복지포인트, 각종 교육수강제도 등등 다양한 복리후생들이 있고, 사내 카페테리아와 카페에서 식사와 음료가 제공되며, 나의 4대 보험료 일부를 회사가 지급하고 있고, 퇴직금 또한 다달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업노무사는 위에 말한 복리후생이 전혀 없습니다. 하다 못해 복사를 할 때에 드는 종이 한장이라도 내돈내산 해야하고, 탕비실에서 제공되어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공짜커피 또한 내돈내산 해야 합니다. 제 커피만 사서 마시면 그나마 다행인데, 사무실에 오시는 손님들 및 직원분들이 마셔야 하는 커피캡슐 또한 내돈내산 해야 합니다. 제 퇴직금은 아무도 챙겨주지 않고, 제 명절도 아무도 챙겨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퇴직금을 챙겨줘야 하고, 명절이면 명절 떡값으로 얼마라도 손에 쥐어드려야 서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됩니다.
직장생활을 하면 승진을 하게 되고, 또 조직이 주는 크나 큰 안정감이 있습니다. 어느 한 조직에 속하여 있다는 소속감, 그리고 그 소속감에서 비롯되는 안정감. 그러나 개업노무사는 안정감은 커녕, 크나큰 불확실성 속에 있습니다. 이 사무실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하고, 3개년 계획,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싶지만 당장 내년, 아니 3개월 후에 어떤 일들이 얼마나 수임될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사무실을 유지해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개업노무사는 돈을 많이 벌어야 합니다. 조직이 주는 각종 달콤한 복리후생이 아예 전무 하므로 오직 돈으로 보상받아야 합니다. 조직이 주는 안정감과 소속감을 모두 포기한 대가로는 그에 상응하는 돈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결국 답은 "금융치료" 입니다. "금융치료"라도 받아야, 개업 노무사를 할 맛이 나는 것입니다. "금융치료" 조차 안된다면, 개업노무사 이거 안정감도 없고 소속감도 없고 복리후생도 아예 없는데, 뭘 보고 해야합니까?
개업노무사가 수입으로 보상받지 못하면?
만약 개업노무사가 수입으로 보상받지 못하면, 그것만큼 힘들고 외로운 길이 없습니다. 차라리 직장생활을 한다면, 다양한 복리후생과 적당한 연봉,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끼기라도 할텐데 말입니다. 게다가 정년도 보장되어 있고, 연봉도 어느정도 예상가능하여 삶을 촘촘하게 계획하는데에는 직장생활이 안성맞춤인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개업노무사는 그 모든 것을 합하여 금전으로 보상받아야 하는데, 금전으로 보상받고자 하면 그만큼 일을 많이 해야해서 또 워라밸이 아쉽고,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지식노동은 나 스스로를 갈아 넣어서 산출물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많이 벌고자 하면 나 스스로를 투입해야 하여 힘이 듭니다. 그러면 혹자는 또 "시스템을 만들어라", "다른 노무사를 채용하여 레버리지 하라!" 고 얘기할테지만, 그 또한 쉽지 않습니다. 저도 사무실을 시스템화 하여 조금 편안해지고 싶지만, 채용한 노무사가 내 맘처럼 쉽게 따라주지 않고 또 일을 완전히 맡기기도 부담이 됩니다. 정말 개업 쉽지 않습니다.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 너무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업 노무사 생활을 유지하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만3년차 개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것 저런것 요모조모 다 따졌을 때에 그래도 개업 노무사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만족도가 직장생활 만족도보다는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만족도에 기여하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자율성" 입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일을 해야할 때도 많이 있지만, 출근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 나아가 반드시 출근을 하지 않더라도 어디서든 주어진 일만 딱 끝내면 된다는 것. 여기에 익숙해지면 나인 투 식스, 텐 투 세븐, 또는 그 어떤 유연근무제라 하더라도 "특정 시간에 특정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알게 됩니다.
일 자체의 진행 또한 그렇습니다. 스스로 판단하여 스스로 행동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것. 그 책임이 때로는 무겁게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일 자체에서 보다 더 큰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또한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정말 대폭 줄어듭니다. 나와 맞지 않는 고객이라면, 내 쪽에서 수임을 거절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하기 싫어도 주어지면 무조건 해야하였던 채용 노무사 시절에서 벗어나, 내 입맛대로 (또는 내 촉대로) 수임을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이 업무 스트레스를 확 줄여줍니다. 물론 개업 초기에는 고객이 나와 맞든지 안 맞든지를 고려하는 것은 사치이고, 무조건 수입을 내기 위하여 수임하였었습니다만, 이제는 압니다. 나와 맞지 않는 일을 수임하여 스트레스를 받는 것 보다, 그 시간에 내가 즐겁게, 효율적으로 잘 할 수 있는 일을 수임하여 하는 것이 수입에도, 내 심신의 안정에도 좋다는 것을 말입니다.
저는 이렇게 개업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가 지나가면 내년에는 개업 만 4년차가 되겠네요. 만 4년차에는 또 어떠한 국면을 맞게 될지 기대됩니다. 더 자주 포스팅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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